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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피로

빙판길 출근길 — 넘어지지 않으려 딛는 발의 순서

얼어붙은 길에서 몸은 저절로 움츠러들고 보폭이 좁아진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방어 반응이 정작 어깨와 종아리에 긴장으로 쌓이는 이유, 발을 딛는 순서와 신발이 자세를 바꾸는 법, 휘청이는 순간 관절 부담을 줄이는 대처까지 정리했다.

Saaba 편집팀4분 분량

아침에 문을 열고 나선 길이 얼어 있으면 걸음은 의식하기 전에 먼저 바뀐다. 보폭이 줄고, 무릎이 굽은 채로 굳고, 어깨는 저절로 올라간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몸의 방어 반응인데, 문제는 이 자세로 십 분, 이십 분을 걷고 나면 미끄러지지 않았어도 몸은 이미 지쳐 있다는 것이다. 출근길이 매일 반복되는 겨울이라면, 그 며칠이 쌓여 어깨와 종아리에 뭉침으로 남는다. 정작 미끄러진 적은 한 번도 없는데 며칠째 목과 어깨가 뻐근하다면, 넘어지지 않으려 계속 힘을 주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눈길을 걷는 사람의 뒷모습

몸이 먼저 움츠러드는 이유

미끄러운 바닥을 만나면 몸은 무게중심을 낮추고 접촉면을 늘리려 한다. 무릎을 굽히고 보폭을 줄이는 것은 균형을 잃었을 때 회복할 여유를 만들기 위한 반응이다. 여기까지는 정상이다. 문제는 어깨다. 넘어질까 봐 긴장하면 어깨와 목 주변 근육까지 같이 굳는데, 이 부위는 사실 균형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발과 무릎이 조심하는 동안 어깨는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힘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그 상태로 걷는 시간이 길어지면 정작 피로가 쌓이는 곳은 발이 아니라 어깨와 뒷목이다.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걷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손이 몸에 붙어 있으면 균형이 흔들렸을 때 팔을 벌려 반응할 여유가 없어, 뒤늦게 상체 전체로 버티려다 허리까지 힘이 들어간다. 목도리를 두르고 고개를 움츠린 채 걷는 자세도 비슷하다. 시야가 좁아지고 목 근육이 계속 수축한 상태로 있다 보니, 얼어 있는 길을 다 지나온 뒤에도 목과 어깨는 한동안 그 자세를 기억한다.

발을 딛는 순서를 바꾸면 달라진다

안전하게 걷는 자세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져도 순서대로 며칠만 의식하면 몸이 먼저 기억한다.

이 네 가지를 한 번에 다 바꾸려 하면 오히려 걸음이 어색해진다. 처음 며칠은 보폭을 줄이는 것 하나만 신경 쓰고, 익숙해지면 팔을 흔드는 동작을 더하는 식으로 하나씩 늘려 가는 편이 오래 유지된다. 계단이나 육교처럼 경사가 있는 구간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 — 발을 계단 폭보다 조금 짧게 딛고, 손잡이가 있다면 장갑을 낀 채로라도 가볍게 잡고 지나간다. 오르막보다 내리막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더 잦은데, 내려갈 때는 몸이 앞으로 쏠리는 만큼 보폭을 평소보다 한층 더 줄여야 균형을 유지하기 쉽다.

눈 쌓인 산책로를 걷는 사람의 뒷모습

신발이 자세를 결정한다

같은 자세로 걸어도 신발 밑창에 따라 몸에 남는 긴장은 다르다. 밑창이 딱딱하고 접지면이 좁은 구두는 발목이 스스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몫이 커서, 종아리와 정강이 근육이 걷는 내내 힘을 쓰게 된다. 반대로 밑창이 부드럽고 홈이 깊은 신발은 그만큼 발목의 부담을 줄여 준다. 출근길이 매일 얼어 있는 구간을 지난다면 가방에 여벌 신발을 넣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눈길에서 신는 신발과 실내에서 하루 종일 신는 신발이 다르면, 발과 종아리가 하루 내내 같은 긴장을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젠이나 미끄럼 방지 밑창을 쓸 때도 보폭을 줄이는 자세는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안전하다 — 장비가 마찰력을 더해 줄 뿐, 무게중심을 대신 잡아 주지는 않는다. 양말 두께도 은근히 영향을 준다. 너무 두꺼운 양말은 신발 안에서 발이 조금씩 밀리게 만들어 오히려 발가락 끝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눈길에 찍힌 신발 자국과 발걸음

넘어지기 직전, 몸이 보내는 신호

완전히 미끄러지기 전에 몸은 먼저 휘청거리는 순간을 만든다. 이때 반사적으로 반대쪽 다리를 크게 뻗어 버티려는 사람이 많은데, 이 동작이 오히려 고관절이나 무릎에 순간적으로 큰 힘을 싣게 만든다. 대신 무릎을 살짝 더 굽혀 무게중심을 낮추고, 짧은 보폭으로 두세 걸음을 더 딛으며 균형을 되찾는 편이 관절에 부담이 적다. 손에 짐이 있다면 반사적으로 짐을 감싸 안기보다 먼저 놓아 버리는 판단도 필요하다 — 짐을 지키려다 손목이나 팔꿈치로 바닥을 짚는 경우가 실제로 더 흔한 부상 원인이다. 휴대폰을 보며 걷다가 휘청이는 경우도 잦은데, 화면에 시선이 가 있으면 발밑 상태를 늦게 알아차려 반응할 시간 자체가 줄어든다.

걷고 난 뒤, 굳어 있던 자리 풀어 주기

얼어붙은 길을 걷고 나면 발목과 종아리, 그리고 의식하지 못한 채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까지 함께 뭉쳐 있는 경우가 많다. 도착한 뒤 발목을 천천히 원을 그리듯 돌리고, 어깨를 몇 차례 으쓱였다가 내리는 것만으로도 굳어 있던 자리가 눈에 띄게 풀린다. 앉은 자리에서 종아리를 가볍게 주무르거나 발끝을 몸 쪽으로 당겨 스트레칭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복되는 겨울 출근길이라면 며칠에 한 번은 종아리와 어깨 주변을 전문적으로 풀어 주는 관리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겨울 내내 반복될 길이라면 한 번의 관리보다, 걷는 자세 자체를 조금씩 바꿔 가는 쪽이 결국 몸에 남는 부담을 줄인다. 다만 걷다가 발목을 접질렸거나 저림·마비 증상이 남아 있다면 마사지보다 먼저 의료기관에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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