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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회복

겨울 등산을 다녀온 날 — 아이젠을 신은 발에 남는 피로

아이젠을 신고 걸으면 체중이 몇 개의 스파이크에 몰려 발볼과 발등이 먼저 지친다. 오를 때보다 하산길에 발목까지 나눠 받는 충격, 나도 모르게 발가락을 오므리는 습관, 집에 돌아와 순서대로 확인하면 좋은 부위까지 짚었다.

Saaba 편집팀4분 분량

눈 쌓인 능선을 걷고 내려온 저녁, 종아리보다 먼저 뻐근한 곳은 발바닥이다. 아이젠을 신고 걷는 동안은 미끄러지지 않으려 발끝에 계속 힘이 들어가고, 그 긴장이 하루치 피로로 고스란히 쌓인다. 여름 등산과는 다른 부위가, 다른 방식으로 지치는 셈이다. 정상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던 이 피로는 하산해서 신발을 벗고 나서야 제대로 느껴진다. 발이 시렸던 감각과 저릿하게 뻐근한 감각이 뒤섞여, 정확히 어디가 지쳤는지조차 바로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같은 코스를 여름에 걸었을 때와 비교해 보면, 겨울 산행 뒤에 남는 피로의 위치가 얼마나 다른지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아이젠을 신고 눈 쌓인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발

아이젠이 바꾸는 접지 방식

평평한 등산화 밑창은 지면 전체로 체중을 나눠 받는다. 아이젠은 다르다. 금속 스파이크 몇 개가 눈이나 얼음을 파고들며 그립을 만들기 때문에, 체중은 신발 바닥 전체가 아니라 스파이크가 박힌 몇 개의 점에 집중된다. 그 점들이 대개 앞꿈치와 발가락 관절 쪽에 몰려 있어서, 걷는 내내 발볼 앞쪽에 압력이 실린다. 평소 신발을 신고 걸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지점이 하루 종일 체중을 받아내는 셈이다.

여기에 아이젠 자체의 무게와 바인딩이 발등을 조이는 압박도 더해진다. 끈이나 스트랩으로 발등을 단단히 고정해야 걷는 중에 벗겨지지 않으니, 평소 신던 등산화보다 신발 전체가 무겁고 뻣뻣해진다. 발목을 움직이는 작은 근육들도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쓰게 되고, 그 피로는 종아리보다 발등과 발목 앞쪽에 먼저 쌓인다. 강철 소재 아이젠은 그립이 확실한 대신 무게가 더 나가고, 알루미늄 소재는 가벼운 대신 무른 눈에서 잘 박히지 않아 발에 힘을 더 주게 되는 식으로, 소재에 따라서도 지치는 정도가 조금씩 달라진다.

발가락을 오므리는 무의식적인 습관

얼어붙은 경사면이나 바위가 섞인 눈길을 지날 때는 나도 모르게 발가락을 오므려 움켜쥐듯 걷게 된다. 스파이크가 제대로 박혔는지 확신이 안 서는 구간일수록 이 반응은 더 강해진다. 짧은 구간에서는 괜찮지만, 몇 시간씩 이런 자세가 이어지면 발바닥 아치를 받치는 작은 근육들이 계속 긴장한 채로 버티게 되고, 하산할 즈음엔 발바닥 전체가 뻣뻣하게 굳는다. 신발을 벗었을 때 발가락을 제대로 펴기 힘든 느낌이 든다면 이 긴장이 쌓인 것이다. 등산화 안에서 양말까지 축축해진 상태라면 발가락 사이 마찰까지 더해져 뻐근함이 더 오래 남는다.

눈과 바위가 섞인 길 위의 등산화 클로즈업

하산이 더 힘든 이유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발이 더 지친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내리막에서는 체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앞꿈치 쪽 스파이크가 지면을 찍는 순간의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여름 등산에서는 이 충격을 무릎이 주로 받아내지만, 아이젠을 신은 겨울 산에서는 신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지면을 붙드는 역할까지 발목과 발바닥이 함께 나눠 맡는다. 무릎보다 발바닥 통증이 먼저 오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사가 급한 구간에서는 발을 옆으로 틀어 딛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 아이젠 스파이크가 눈에 박히는 각도가 매번 달라지면서 발목이 좌우로 흔들리는 힘까지 함께 견뎌야 한다. 배낭 무게까지 더해지면 이 흔들림을 버티는 부담은 더 커진다. 평지를 걷는 아이젠 산행과 오르내림이 많은 산행의 피로가 다르게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팡이를 짚고 눈 덮인 산을 오르는 등산객의 뒷모습

다음 산행에서 발 피로를 줄이려면

아이젠 사이즈가 신발보다 조금이라도 헐거우면 걸을 때마다 신발 안에서 미세하게 흔들리고, 그 흔들림을 발가락이 붙잡으려 하면서 피로가 더 빨리 쌓인다. 출발 전에 아이젠을 신발에 완전히 고정한 뒤 몇 걸음 걸어 보고, 헐거운 느낌이 있으면 스트랩을 다시 조인다. 양말은 너무 두껍게 겹쳐 신기보다 발에 맞는 한 겹을 제대로 신는 편이 압박을 줄인다. 신발 끈도 발등을 지나치게 조이지 않는 선에서 단단히 묶어야, 걷는 내내 같은 지점만 눌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쉬는 시간에 아이젠을 잠깐씩 벗어 발가락을 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몇 분이라도 압박에서 벗어나면 발바닥 근육이 긴장을 풀 시간을 번다. 정상이나 능선처럼 바람이 덜한 지점에서 짧게라도 이 시간을 가지면, 남은 하산 구간을 걷는 발의 체감 피로가 확실히 달라진다.

집에 돌아와 확인하면 좋은 순서

씻고 나서 신발과 양말을 벗은 직후, 아래 순서대로 발을 살펴보면 어디에 부담이 몰렸는지 가늠할 수 있다.

붓기가 있다면 다리를 살짝 높이고 쉬는 편이 낫고, 아치 쪽이 뻐근하다면 발바닥을 손으로 살살 눌러 풀어주는 정도로 충분하다. 물집이 생긴 자리는 소독한 뒤 마른 상태를 유지하고, 다음 산행까지는 압박이 덜한 신발을 신어 회복할 시간을 준다.

아이젠을 신은 날의 피로는 대개 하루 이틀 지나면 가라앉는다. 다음 산행 전까지 발바닥을 가볍게 눌러 풀어 주고, 조였던 발등 부위는 편한 신발로 며칠 쉬게 해 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다만 발가락이나 발등의 저림이 며칠 이상 이어지거나, 붓기가 가라앉지 않고 열감·마비 증상이 함께 온다면 동상이나 다른 손상일 수 있으니 병원 진료를 먼저 받는 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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